아비트럼, 바이낸스 동결 자금 반환안 표결 추진

2026년 11월 7일 | 블록체인 기술·거버넌스 분석
이더리움 레이어2 네트워크 아비트럼(Arbitrum)에서 바이낸스 해킹 사건과 관련해 동결된 암호화폐를 반환하는 거버넌스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바이낸스는 11월 5일 아비트럼DAO 공식 포럼에 이더리움(ETH) 8,425.997개와 아비트럼(ARB) 7,455만 9,805.2개의 반환을 요청하는 헌법적 거버넌스 제안(Constitutional AIP)을 제출했다.
이번 제안의 핵심은 단순한 자금 반환이 아니다. 아비트럼 네트워크가 긴급 상황에서 특정 계정의 개인키 없이도 자산을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그 권한을 실제로 행사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블록체인의 자산 통제권,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권한, 탈중앙화 거버넌스의 책임 범위를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 사례다.
바이낸스 해킹 자금, 아비트럼에서 어떻게 동결됐나
아비트럼 공식 거버넌스 제안에 따르면 보안위원회(Security Council)는 2026년 10월 29일 바이낸스 핫월렛 공격과 관련된 자산을 동결했다.
동결 대상은 ETH 8,425.997개와 ARB 74,559,805.2개다.
해당 자산은 공격자가 통제하던 계정에서 별도의 보관 주소로 이동됐다.
- 동결 자산: ETH 8,425.997개
- 동결 자산: ARB 74,559,805.2개
- 보관 주소: 0x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DA0
- 반환 예정 주소: 0xd9fd39103674cb061d64d9c3b73b878dbe610b80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자금 이동이 일반적인 지갑 거래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이더리움 계열 블록체인에서 외부 소유 계정(EOA)의 자산을 전송하려면 해당 계정의 개인키로 서명한 거래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비트럼 보안위원회는 네트워크의 시스템 계약을 일시적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는 일반적인 토큰 동결 기능과 구별된다. 토큰 발행자가 스마트컨트랙트에 설정한 블랙리스트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레이어2 네트워크의 시스템 수준 권한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의미가 크다.
개인키 없이 자산을 이동시킨 Inbox 계약 변경
아비트럼에서 이번 자산 이동의 핵심 역할을 한 것은 이더리움 메인넷에 배포된 Inbox 컨트랙트다.
Inbox는 이더리움에서 아비트럼으로 전달되는 메시지와 거래를 처리하는 데 관여하는 주요 시스템 구성 요소다.
보안위원회는 긴급 업그레이드 권한을 이용해 Inbox 컨트랙트에 sendUnsignedTransactionOverride라는 임시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기능은 일반적인 사용자의 서명 거래와 달리, 네트워크가 특정 계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처리할 거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공격자 계정의 개인키를 확보하지 않고도 해당 주소에 있던 자산을 별도의 보관 주소로 옮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이 일반 이용자에게 공개된 상시 출금 기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안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권한을 기반으로 제한적으로 적용됐으며, 자산 이동 이후 임시 기능을 제거하는 절차가 뒤따랐다.
다만 임시 기능이 제거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거버넌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 문제는 특정 권한을 가진 주체가 네트워크의 시스템 계약을 변경해 일반적인 서명 검증 경로에 예외를 만들 수 있다는 구조 자체에 있다.
자금 반환에는 왜 DAO 승인이 필요한가
아비트럼 보안위원회가 자산을 동결했다고 해서 바이낸스에 곧바로 반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긴급 상황에서 공격자 계정의 자산을 이동시키는 조치와, 해당 자산의 최종 수령자를 결정하는 조치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는 추가적인 자산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 대응이다.
반면 후자는 소유권과 피해 보상, 제3자의 법적 권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자산 처분 결정이다.
아비트럼은 이러한 최종 반환 절차를 DAO 거버넌스의 승인 대상으로 두고 있다.
바이낸스가 제출한 제안은 아비트럼DAO가 동결된 자산을 지정된 바이낸스 복구 주소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승인하도록 요청한다.
이번 안건은 일반적인 운영 제안보다 중요한 헌법적 제안으로 분류됐다.
이는 시스템 수준 계약 변경과 자산 이동을 수반하는 만큼 정해진 거버넌스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동결 자산이 확보돼 있다는 사실과 실제 반환이 승인됐다는 사실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11월 7일 기준 공식 제안은 공개됐지만, 반환이 완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반환 절차의 핵심은 세 단계 원자적 실행
바이낸스의 공식 제안은 자산 반환을 위해 세 단계의 실행 구조를 제시했다.
첫째, 이더리움에 배포된 Inbox 컨트랙트를 일시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
이 과정에서 sendUnsignedTransactionOverride 기능을 추가한다.
둘째, 동결된 보관 주소에서 바이낸스 복구 주소로 자산을 이동시키는 거래를 실행한다.
셋째, Inbox 컨트랙트를 다시 업그레이드해 임시 기능을 제거한다.
제안서에서 이 절차는 하나의 원자적 작업(atomic action)으로 설명된다.
원자적 실행은 서로 연관된 작업이 분리된 상태로 남지 않도록 하나의 실행 단위로 묶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구조는 임시 권한을 추가한 뒤 자산만 이동시키고 기능 제거가 누락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설계다.
그러나 실행 과정이 원자적이라고 해서 권한 행사 자체의 정당성까지 기술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컨트랙트 실행의 정확성과 자산 반환의 법적 정당성은 서로 다른 문제다.
아비트럼의 보안 권한과 탈중앙화 논쟁
이번 사건은 레이어2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탈중앙화의 범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사례다.
이더리움 메인넷의 일반적인 외부 소유 계정은 개인키 서명 없이는 자산을 이동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레이어2 네트워크는 별도의 실행 환경과 업그레이드 가능한 시스템 계약을 운영할 수 있다.
이때 시스템 계약의 업그레이드 권한을 가진 주체가 어디까지 거래 실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보안 요소가 된다.
아비트럼의 보안위원회는 긴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권한을 부여받은 기구다.
이러한 권한은 대규모 해킹 발생 시 피해 확산을 제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업그레이드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되거나 부적절하게 행사된다면 이용자의 자산 통제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수준을 평가할 때 검증자 수나 거래 처리량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로는 시스템 계약의 업그레이드 권한, 비상 대응 절차, 승인 정족수, 실행 기록의 공개 여부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해킹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에서 특정 주소의 자산 이동을 강제할 수 있느냐다.
바이낸스의 SAFU 기금과 반환 자산의 사용 목적
바이낸스는 공식 제안에서 피해 이용자의 손실을 SAFU 기금과 회사 재무자산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AFU는 거래소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비상 대응 기금이다.
바이낸스는 반환받은 자산을 해킹 피해와 관련된 손실 및 비용에 충당하고, 필요하면 피해 보상에 사용된 SAFU 기금이나 회사 준비금을 보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반환되는 자산이 곧바로 개별 이용자의 지갑으로 배분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안서상 반환 대상 주소는 바이낸스가 지정한 복구 주소이며, 자산의 최종 사용은 제안서에 명시된 손실 보전 및 관련 비용 처리 구조를 따른다.
따라서 DAO의 반환 승인과 개별 피해자의 보상 완료는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법적 분쟁이 반환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는 이유
자산 반환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는 법적 소유권이다.
블록체인에서 특정 주소에 자산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자산에 대한 최종 법적 권리자가 누구인지는 온체인 기록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바이낸스는 반환 대상 자산이 자사 또는 이용자를 위해 관리하던 지갑에서 탈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3자가 동결 자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거나 법원의 이전 금지 명령이 내려진 경우, DAO의 기술적 실행 능력만으로 자산을 반환할 수는 없다.
공식 제안은 자산 이전을 제한하는 유효한 법적 절차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온체인 제출과 반환 실행을 진행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한 반환 후에도 관련 법적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자산을 지정된 복구 주소에 보관하고, 다른 자산과 혼합하거나 이전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자산 통제와 전통적인 법적 소유권 판단이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자산 반환이 가능한 스마트컨트랙트를 확보하는 것과 실제로 자산을 반환할 법적 권한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과정이다.
약 49일의 거버넌스 일정, 실제 반환은 언제인가
바이낸스는 공식 제안에서 전체 절차에 약 49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 일정에는 포럼 토론 약 1주, Snapshot 의견 확인 투표 약 1주, 온체인 투표 약 2주, 최종 실행까지 약 18일이 포함된다.
이 일정은 확정된 반환 날짜가 아니다.
투표가 통과되지 않거나 필요한 계약 변경이 완료되지 않으면 자산 반환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법적 분쟁이나 법원 명령이 발생하면 절차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약 49일이라는 숫자는 예상 절차 기간이지 자금 반환을 보장하는 기한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바이낸스는 이번 반환안에서 DAO 재무부의 신규 자금 배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미 동결돼 있는 자산의 처분 권한을 승인받는 것이 이번 제안의 목적이다.
향후 확인해야 할 핵심 위험
이번 사건은 해킹 피해 복구라는 긍정적 목적과 네트워크 통제권이라는 구조적 위험을 동시에 드러냈다.
첫 번째 위험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권한의 집중이다.
긴급 권한이 공격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동일한 기술적 수단이 잘못된 판단이나 권한 남용에도 이용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와 법률 사이의 충돌이다.
DAO 투표에서 자산 반환이 승인되더라도 법적 이전 제한이 존재한다면 실행이 지연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임시 계약 변경의 보안 위험이다.
일시적으로 추가되는 특수 기능이 예상하지 못한 거래 실행이나 시스템 동작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선례의 문제다.
이번 조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 어떤 기준으로 긴급 개입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책이 필요하다.
네트워크가 해킹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과 그 권한을 일관되고 제한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론: 자산 복구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권한의 통제
아비트럼의 바이낸스 동결 자금 반환안은 레이어2 블록체인의 보안 구조와 거버넌스 권한을 동시에 시험하는 사례다.
보안위원회는 시스템 계약을 일시적으로 변경해 공격자 계정의 개인키 없이 자산을 이동시켰고, 바이낸스는 해당 자산을 반환받기 위해 DAO의 공식 승인을 요청했다.
이 과정은 긴급 상황에서 블록체인이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보여준다.
동시에 특정 주체가 시스템 계약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용자 자산의 통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남긴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반환안의 투표 결과뿐 아니라 실제 실행 과정의 투명성, 법적 권리 관계의 처리, 긴급 권한에 대한 사후 검증이다.
아비트럼의 이번 결정은 향후 레이어2 네트워크가 해킹 피해 복구와 탈중앙화 원칙 사이에서 어떤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공식 참고 자료
Arbitrum Governance Forum — Binance, [Constitutional] AIP: Approve Release of Frozen ETH and ARB, 2026년 11월5일
Arbitrum Governance — Approve Release of Frozen ETH and ARB, 제안서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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